2014년 8월 10일 일요일

시사 이슈 - 에볼라 바이러스, 제2의 패스트?

어제는 한 신문 기사 제목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매일 아침 출근 전 읽는 <Times of India>에서
"인도인 45,000여 명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제목을 읽게 됐거든요.

'어?! 뭐라고!!
이거 엄청 심각한 거잖아!
당장 회사에 연락해서 귀국해야 겠어!!'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그리고 기사 제목을 다시 봤는데...

Nearly 45,000 Indians in Ebola-hit countries,
may bring virus home
에볼라 감염 국가에 체류중인 45,000여 명의 인도인들이
바이러스를 인도로 가지고 올 수도 있다.

숫자만 보고 제목을 제대로 안 읽었더라고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기사를 읽었습니다.

나이지리아 4만명, 라이베리아 3천명, 시에라 리온 1천2백명, 기니 500명.
약 45,000여 명의 인도인들이 아프리카의 에볼라 감염국에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들에 대한 출입국 이력 관리와
국제 공항 검역을 강화한다는 방침이고요.
(http://timesofindia.indiatimes.com/India/Nearly-45000-Indians-in-Ebola-hit-countries-may-bring-virus-home/articleshow/39787121.cms)

그리고 지난 8일(금), 국제보건기구[WHO]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PHEIC)
라고 선포하며, 국제적 공조를 촉구했습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081625141&code=970100)

WHO가 발표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지도입니다.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시에라 리온 등 국가입니다.
자세한 지도는 아래 링크로.
http://www.who.int/csr/disease/ebola/maps/en/

그럼 대체 에볼라 바이러스가 무엇일까요?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는 치사율이 90%에 이르며,
현재까지 1,700여 명이 감염되고 930여 명이 사망한
"21세기의 페스트"라 불리는 무서운 바이러스입니다.

열, 구토, 설사, 근육통, 불쾌감과 내출혈/외출혈 등이 증상이며
알려진 유력한 숙주는 과일박쥐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과일박쥐를 사냥해 먹는
주민들 때문에 현지 의료진들이 애를 먹고 있다네요...

에볼라 사태를 보며 국민의 위생적 무지가 얼마나 위험하고,
충분한 보건/의료시설의 확충이 국가의 기본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여기 인도만 봐도 매년 수만 명의 어린이들이 오염된 물 때문에 죽고,
비위생적인 생활 환경으로 많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데요.
인도는 경제 발전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기본부터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남자들, 제발 화장실 갔다와서 손 좀 씻읍시다!
인도애들은 최소한 손은 씻는다고요 ㅜ ㅜ

백신은 2015년에나 나온다고 합니다.

영국 언론 데일리텔레그라프에 따르면 WHO에서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백신 개발을 시작한다네요.
(http://www.telegraph.co.uk/news/worldnews/africaandindianocean/liberia/11024010/Ebola-vaccine-wont-be-ready-until-2015-says-WHO.html)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건 1976년인데
왜 아직까지 백신이 없었을까요?

이에 대해 한겨레의 사설은 가난한 아프리카만 발병했기 때문에
누구도 적극적으로 연구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649746.html)

한겨레의 주장은 다소 비약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편으로 제약회사들에게 매력이 없는 시장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질병 사태가 있을 때마다 늘 음모론이 퍼지는데요.
지난 신종플루 사태 때의 '타미플루' 음모론이 떠오르네요.
http://ko.wikipedia.org/wiki/%EC%9D%8C%EB%AA%A8%EB%A1%A0
신종플루 때 병장이었던 저는 무려 5개월동안 휴가를 못 나갔죠.

이번 덕성여대 사태는 개인적으로 유감입니다.

처음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서 "덕성여대가 미쳤나봐요"라는 글을 봤을 때,
그리고 엄청난 숫자의 공유하기와 댓글들을 봤을 때...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인 즉슨, 덕성여대에서 국제적인 행사를 하는데
거기에 아프리카 학생들도 온다.
그 학생들이 오면 에볼라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퍼져서
우리나라도 에볼라 위험국가가 된다.
치사율이 90%라는데 국민들을 다 죽일 셈인가.
아프리카 학생들 입국 금지 시키고, 행사 자체를 취소하라.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 글을 읽자마자 드는 의문점 두 가지:
1) 입국할 아프리카 학생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면 되지 않는가?
2) 아프리카 사람이 들어와서 우리나라 망할거면,
경제 교류도 하지 말고 문화 교류도 안 하면 되겠네?

최근의 세월호 사건, 군대 구타사건, 태풍 피해 등으로
국민들의 위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은 사안을 가지고
SNS 상에서 무차별적으로 퍼가기가 이루어지고,
결국 여론몰이를 통해 아프리카 학생들의 행사 참여가 취소되었죠.

과일박쥐를 잡아먹고 시체를 맨손으로 만져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더 빨리 퍼지는 아프리카 주민들보다
아무 생각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죄없는 아프리카 학생들을
매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무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식은 죄가 아니라지만, 이런 종류의 무식은 죄입니다.
SNS의 그 사람들에게 죄값을 물을 수는 없지만
본인들은 지금이라도 일종의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세계적 위험인만큼 필요한 위기의식입니다.

하지만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일은 삼가야 합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는 정말 간편합니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모두 마찬가지이죠.

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이라면,
제발 한 번만 더 생각하고 "좋아요"를 누릅시다.

이번 사태로 상처 받았을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드는 밤입니다.

덕성여대 사태 관련 오마이뉴스 오주석 기자의 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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