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16일 화요일

오픽 IH 등급 후기 - 영어로 수다 떨기!

지난 추석 연휴, 대체휴일로 신났던 9월 10일.
저는 즐거움을 뒤로 한 채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오픽(OPIc)을 보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성적 발표일인 오늘,
두번째로 높은 등급인 IH를 받게 되었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평소 말하기가 자신 없었는데..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았을까요?

스스로가 신기해서 써보는 오늘의 포스팅,
<영어로 수다 떨고 오픽 IH 받기!>

자고로 남자는 과묵해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
그리고 설문조사에 나오는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
"말 많은 남자"

이런 이야기들, 오픽에서만큼은 통하지 않습니다.

시험시간 40분15개 질문에 답하는 것,
생각보다 긴 시간입니다.
37분까지 알뜰하게 쓰고 나오니까 시험장에
저랑 2명 남아 있더라고요.

여기서 밝히는 고득점 비결!

1. 일단 말을 많이 하면 좋은 것 같다

오픽의 질문은 전부 무언가를 묘사하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늘 주문을 하죠. "최대한 자세히 말해보세요."

그렇다면 머리 속에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말로 풀어내세요.
당신과 모니터 사이의 공간들을 말로 꽉꽉 채워 넣어 보세요.

저는 평소에 자주 가는 미용실에서도 담당 디자이너에게
늘 수다를 떨죠. 그녀는 제 말을 끊지 않으니까요.
지난 번 방문에는 인도에서 즐겨 쓰던 히말라야 화장품에 대해
30분이나 끊이지 않고 설명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화장품 블로그를 할까?

오픽의 Interviewer(컴퓨터) 또한 당신의 말을 끝까지 귀담아 들을 거예요.
저처럼 여자친구도 없고 (흑흑) 평소에 외로운 사람들은
제대로 말상대를 만난거죠!

신나게 수다를 떨어 봅시다 :)


2. 그리고 질문은 무조건 두 번씩 듣자

아시다시피 5초 내에 Replay 버튼을 누르면 질문을 다시 들려줍니다.
질문 다시 들었다고 감점 따위 하지 않습니다.

그럼 우리는 이걸 100% 활용해야 합니다.

무조건 두 번 들으세요.
질문 다 이해했어도 두 번 들으세요.

왜냐면 두 번째 질문 나오는 동안 당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요.


3. 오픽은 학교 축제 연극 무대가 아니다

그러니까 대본을 완벽하게 준비해서 외워갈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사실 교재에 나온 모범 답안 스크립트를 달달 외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가장 큰 위험이 한 가지 있죠.

당신이 생각한 문제가 안 나오면 어쩔 건데요?

물론 오픽은 Survey를 통해 질문 받을 주제를 한정 지을 수 있지요.
그래도 절대 예상한 문제가 다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대사 외우듯 스크립트를 외웠다가...

까먹었으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아마 대사를 다 외워간 사람은 한 번 막히는 순간,
멘붕에 빠지겠지요.

그래서 제가 제안하고 싶은 솔루션은,
- 사실 이 것은 제 동생 K양에게 배운 방법입니다 -
대사를 외우지 말고~
어떤 주제가 나왔을 때 어떤 키워드로 얘기할지,
카테고리 정도만 짜놓자 이거죠.

쉽게 말하면 말할 문장을 준비하지 말고,
말할 '거리'를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Survey에서 국내여행을 골랐으면,
'속초-고딩때-친구랑-바다-물에 빠져 죽을뻔-구조대원의 구조'
이렇게 키워드 정도만 기억해서
그 자리에서 문장으로 이어가자는 거죠.


4. 한껏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자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지금 긴장을 하는지 안 하는지.

긴장을 하게 되면 목소리도 빨라지다 말문이 막히고,
만약 시험 도중 자신감을 잃는다면 목소리가 작아지고,
자칫하면 마이크에 녹음조차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지요.

시험 시작 전에 심호흡을 하시고요.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왔나 둘러도 보시고요.
어여뿐 여학생은 있는지 없는지

그렇게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을 봅시다.
그리고 컴퓨터 Interviewer를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친한 친구의 친구라고 생각해 봅시다.

어차피 나이도 비슷한 사람들끼리 쑥스러워 할 게 뭐 있나요.
웃으면서 내가 누구다 소개도 해주고,
서로 재밌었던 이야기 세상 사는 이야기 하는 거죠.
그냥 아래처럼 캐주얼하게 이야기하는 거에요.

"안녕? 나는 대전 사는 김민기라고 하고,
해외영업 일을 하고 있어.
얼마전에 인도를 6개월 다녀왔지."

"난 재즈를 좋아해.
주로 집 안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지만,
때로는 공연장을 가기도 하지.
얼마전에는 "영화 속 재즈"라는 콘서트도 다녀왔다니까.
아, 근데 너는 어떤 음악을 좋아하니?"

마지막은 일종의 Tip인데요.
Interviewer의 질문에 수동적으로 답변만 하지 마시고,
마지막에 저런 식으로 질문도 던져 보세요.

시험을 본다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대화처럼 자연스러워지고,
그만큼 나의 여유로움과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입니다.


5. 시험 전날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자

이건 정말 저만의 Tip인데요.
대학 4학년 때 회사 면접을 보러 가기 전 날이면
늘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거나 술을 한 잔 했습니다.

(물론 다음날 시험을 생각해서 술은 맥주 정도만,
술자리는 11시 전에 끝내고 잠을 잡니다.)

면접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가치관과 포부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무엇보다 긴장이 되는 자리고요.

그래서 긴장도 풀고, 나 자신에 대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늘 면접 전날에 저녁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보통 면접이나 시험이 끝나면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오히려 면접/시험이 끝나면 조용히 집에 들어와
그 날의 부족했던 점들을 노트에 적곤 했었죠.)

이때 친구들과 했던 옛날 경험 이야기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 나의 장단점 이야기들이
모두 면접에 가서 훌륭한 소스가 되었죠.

이건 오픽 시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험 전날인 9월 9일에 초등학교 동창들과
닭갈비에 맥주 한 잔 하면서 옛날 이야기,
그리고 성인이 되어 경험했던 일들,
직장 이야기들을 하면서 오픽에서 말할 소스들을 얻었죠.

물론 오픽의 소스를 얻기 위해 친구들을 만난 건 아니고요,
친구들과의 즐거운 대화가 오픽에도 도움이 되더라는 이야기죠 ^^


그래서 오늘의 제 결론은,
토익 같은 객관식 시험과는 다르게
오픽은 답이 없는 시험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대화를 위한 말하기 시험이니까.
평소에 영어로 수다를 떠는 습관을 키우시고,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 거리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고 친구들이랑 이야기해 본다면,

충분히 즐겁게 공부하며 시험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늘 말하죠.
"재미없는 공부는 때려 치자"고요.

재미있게 공부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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